은전 한 닢 - 피천득(인연 수필집 中)
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.
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(돈 바꾸는 집)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원자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,
"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봐주십시요" 하고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
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.
전장 주인은 돈을 두들겨보고 "하-오(좋소)" 하고 내어 주자, 기쁜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번이나
하면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가서 "이것이 정밀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?" 하고 묻는다.
재차 확인을 받으며 이 돈을 어디서 훔친거냐 추궁하자 아니라고 답하며 얼른 집에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나더니
별안간 우뚝 서서는,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것이다.
거친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고는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들여다본다.
그가 어찌나 열중해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.
"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?" 하고 나는 물었다.
내 말소리에 그는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기며 달아나려고했다.
"염려 마십시오, 뺏어가지 않소" 하고 그를 안심시키자,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가 이야기를 했다.
"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. 길에서 얻은것도 아닙니다.
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분쉽지 않습니다. 나는 한푼 한푼 얻은돈에서 몇닢씩 모았습니다.
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.
이러기를 여럿 벗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(大洋) 한푼을 갖게 되었습니다.
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.
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.
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?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? 하고 물었다.
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.
"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. "
①이책을 읽고나서,,,,
고등학교시절 처음으로 "은전 한 닢"을 읽고서, 짧은 글속에 이건뭔가싶어서 몇번더 읽어보았다.
늙은거지의 마지막 대답이 나에게는 강렬하다못해 나또한 그마음을 조금 느껴져서 울컥했었다.
왜일까? 그의끊질긴 노력,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져서인가,,,?!
그저 이 돈 한개가 갖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, 그에게는 은전 한 닢이 전부였을거니까,
하지만 그가 불쌍하게 느껴지지않는다.
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간절함과 소중함은 남들이 판단할수없는것이 아니겠는가.
그 돈 하나를 갖고자했던 인간의욕망일지라도 인간적인면에서 그저 희망하는바를 끊기있게이루어낸 위대함이라고
생각하고싶다.
②인상깊은 한줄
이 돈 한개가 갖고 싶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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